법화림 / 바라승아제 77 원고(음력 4월 1일 초하루법회 법문원고)
법화림

바라승아제 77. 모든 중생의 마음에서 불성을 보는가?

  <o:p></o:p>

제 자신을 보아도 타인을 둘러봐도, 살아있는 것들은 다 몹시 불완전해 보인다. 생로병사하는 것들은 모두 한없이 나약하고 볼품없이 초라하며, 떳떳하고 당당해보이기보다는 옹졸하고 비굴하며, 고상하고 거룩하기보다는 천박하고 저열하다. 하나같이 복락만을 바라 그것을 얻고 누리기 위해 갖은 획책을 다하지만, 정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드물고도 드물다. 한마디로, 구제불능에 가까운 중생衆生들뿐이다.

고래로 이런 인간적 한계를 절감한 인간이 인간계 저편에 완전한 존재로서 상정하게 된 것이 신이다. 그러나 신이 실재한다는 증명은 인지와 과학이 발전해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차라리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편이 더 쉬울지 모른다. 신의 실제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이렇게 개념적으로 조작된 신은 어디까지나 허구일 뿐인데, 그 비실재가 인간의 행복이나 자기완성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무엇을 우러러보고 어디를 지향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산 자들은 암담하다.

정말, 우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 세상에 완전자는 없는가?

있다! 완성이 완전에 이른 자가 실재한다. 바로 불타 세존世尊이다. 어느 누가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있으랴? 그는 우리처럼 이 세상에 실재로 왔던 자이며,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역력히 증거해보인 삶을 여실히 살아 보이지 않았는가!

그는 본디 그 위대한 가능성에 도전한 구도자 보살이었다. 본래는 인간이었으며 중생이었으되, 마침내 우리에게 스스로 걸어가 목적지에 이른 그 초월과 완성된 행복의 길을 제시해 보인 거룩한 길잡이였다.

그 궁극의 목적지에 선 불타 세존께서 속으로 내뱉은 일성은 이것이었다.

모든 중생이 저마다 이미 여래의 덕상을 두루 갖추고 있다!’

자신 안에서 발견한 지고의 그것이 모든 중생 공동의 근원으로서 실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스스로 존재계의 가장 위해한 성취, 불과를 이룬 그 감격보다도 훨씬 더 놀랍고 가슴 벅찬 소회였을 것이다.

경전은 머나먼 과거생에 그가 상불경尙不輕보살이었다고 설한다. 모든 중생이 언젠가는 성불할 미래의 부처라는 당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실로 믿었고, 그렇게 실천하여 누구나 그렇게 부르고 대하였으며, 그러다가 욕을 먹고 얻어맞아도 그토록 겸손하고 원대하고 높기만 한 뜻을 끝내 꺾지 않았던 보살이었던 것이다. 상불경보살은 그렇게 해 보임으로써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성불의 길임을 바로 보인 것이다.

모든 중생의 마음에서 불성을 보라. 이것이 이렇게도 한심하고 허접한 우리의 존재와 눈물겹도록 무의미해 보이는 우리의 세세생생을 절대긍정하는 높고 높은 만병통치의 묘방이 아니고 무엇인가.